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김아중은 작품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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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김래원 매력적 순간 함께 해 좋다…연극과 독립영화 하고파"

배우 김아중.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싸인'의 무한 긍정 법의학자부터 '펀치'의 정의로운 검사까지. 김아중의 필모그래피는 선 굵은 작품들로 가득하다.

어느 새 데뷔 11년 차를 맞은 이 중견 여배우는 주연작이 열 작품 뿐이다. 그럼에도 그 존재감은 여느 다작 배우 못지 않다.

오직 작품만을 바라보는 김아중의 외고집이 결정적이었다. 가슴 뛰는 로맨스와 원톱 주연도 그에겐 작품보다 나중이었다. 작품 속에서 예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그 결과 김아중은 대체 불가능한 여배우로 당당히 설 수 있었다.

어떻게 그는 작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빛날 수 있었던 것일까. 다음은 취재진과 김아중의 일문일답이다.

▶ 신하경이라는 인물, 김아중 씨에게는 어땠나요?

하경이는 처음을 열어주고, 마지막에 정의 실현 등의 메시지를 담아야 되는 인물이라 처음과 끝이 중요했어요. 처음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죠. 정의로운 검사이면서도 보통 검사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검사들과는 달랐어요. 사람과 타협도 할 줄 알고, 시한부 선고까지 직접 하는 그런 성격을 갖고 있잖아요. 너무 정의로운 검사라는 것을 설명하지 말고, 진솔하게 연기해야겠다는 목표를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 박경수 작가님과 작업해 본 소감은 어떤가요?

기존의 한국 드라마의 기준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분인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도 남달랐어요. 박정환과 신하경은 서로 사랑했지만 신념의 대립으로 이혼까지해서, 계속 대립하잖아요. 그런 남녀 관계 묘사는 한번도 없었는데 그것을 연기해낸 것이 좋았어요. 우리 드라마 '고급지다' 이런 생각을 했죠. (웃음) 하경이는 신념 하나로 만들어진 선역이었어요. 박경수 작가님 표 유일한 선역이 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배우 김아중.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 드라마가 남성들 위주로 전개되다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었겠어요.

팬들도 서운해하고, 좀 더 활약을 했으면 좋겠고 분량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가진 것도 알아요. 그렇지만 그런 것에 합류해서 활약했다면 캐릭터가 훼손됐을 것 같아요. 활약도 중요하지만 제 캐릭터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완성도 있게 연기하는 게 중요하죠. 저는 오히려 짜장면 먹방(먹는 방송)을 비롯해서 계속 대립하면서도 브로맨스를 놓치지 않는 장면이 좋았어요.

▶ 전 남편 박정환 역으로 등장했던 김래원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김)래원 오빠가 박정환이라고 생각했고, 미워할 때는 정말 미워했어요. 불쌍히 여길 때는 정말 불쌍히 여겼고요. 싸울 때는 인사하는 것도 어색해서 찍고 난 후에야 '오빠,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었어요. 배우들 대부분은 사실 연기한 거리만큼 친해져요. 처음 오빠와 대립하고 이럴 때는 어느 씬들에서든 화를 내야 하니까 마음이 안 좋았어요. 취조실 장면에서도 오빠는 이미 아픈 사람인데 일부러 화를 못내게 하려고 송아지 같은 큰 눈으로 절 바라보는 거예요. 그래서 '다 끝나고 이야기해요!'이랬다가 촬영 끝나면 '이제 이야기해도 돼요!'라고 했던 적이 있어요. 사적인 이야기하다가 화내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 이혼한 부부 관계였는데, 연기 합을 맞추기 위해 이야기도 많이 나눴을 것 같아요

이혼한 전 남편이나 부인 캐릭터는 각자 만들어갔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주고 받았던 건, 식사시간에 틈틈이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다른 작품에서 둘이 연기를 했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어요. 드라마랑 캐릭터 좋다는 이야기도 칭찬이었지만 래원 오빠와 호흡이 잘 맞았다는 말이 기분이 좋았어요.

배우 김아중.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 김래원 씨는 영화 '강남 1970'에 만족감이 크더라고요.

저는 '강남 1970'보다 '펀치' 속 김래원이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펀치'를 래원 오빠의 인생작이라고 하는데 제가 같이 할 수 있었고, 매력적인 순간을 가까이서 봤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 많은 선배님들이 '펀치' 현장에 있었는데 이들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조재현 선배님 연기는 설렁설렁한 것 같은데 방송을 보면 정말 정확해요. 박혁권 선배는 연기를 즐기셔서 연기적인 고민이 쌓일 때도 대본에 집중하면서 보고 또 보세요. 연기를 즐길 줄 아는 되게 멋있는 분이에요. (김)래원 오빠에게는 간결한 표현법들이 있어요. 최명길 선배님은 NG가 한번 없으세요. 체구가 작고 소녀같으신데 연기할 때 나오는 카리스마나 에너지가 굉장히 훌륭하신 것 같아요.

▶ 만약 드라마 속 박정환처럼 6개월 시한부라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건가요?

아무한테도 이야기 하지 않을 거예요. 제한된 시간이 6개월밖에 없으니까 버킷리스트를 정해서 하나씩 해나갈 것 같아요. 아주 발칙한 일탈 같은 것이라도요. 정말 사사롭게 남자한테 대시를 한다든지, 그런 거?

배우 김아중.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 사실 '김아중'하면 다작하는 배우는 아니에요.

제가 원래 신중한 성격이긴 해요. 식당에 가서도 지극히 A형이라, 뭐 먹을지 고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고를 땐 오래 걸리는데 실패하지 않는, 최고의 메뉴를 골라요. 작품 선택도 느린데 신중한 편이에요. 마음이 동요가 안되면 능숙하게 연기가 안돼요. 완벽하게 동요가 되지 않아도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배우로서 그런 게 미숙하죠. 스스로 설득과 이해가 돼야 연기가 되는 편이에요. 10가지를 다 갖춘 작품이 아니더라도 제 캐릭터를 재밌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과감하게 선택을 해요.

▶ 작품을 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있나요?

저는 짜임새와 밀도, 그런 것들을 보는 것 같아요. 일반적인 여자들이 재밌어하는 지점과는 조금 달라요. 말랑말랑한 로맨스인데도 도리어 흥미가 없다거나 그래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또래 남자 배우들과 마음껏 정신 놓고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긴 해요.

▶ 조재현 씨가 김아중 씨에게 연극을 권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제가 사실 연극 대본을 찾고 있었어요. 제 나이대가 연기적인 실험을 해보고 싶은 나이인데 상업 작품에서 개인적 실험을 하는 건 해를 끼칠 수 있으니까요. 연극은 항상 같은 씬을 연기하면서도 매일매일 다르게 하잖아요. 그런 생각 때문에 연극 대본을 찾아서 재밌게 읽었는데 '펀치'와 맞물렸어요. 소속사에서도 지금 공백기가 있는데 연극할 때는 아니라면서 다른 작품을 많이 추천해줬어요. 그렇게 연극할 계획은 공중에서 없어졌네요. (웃음)

배우 김아중.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 연극말고 독립영화 쪽은 어때요?

얼마 전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봤어요. 보니까 여성 배우들 작품이 많더라고요. 국내 영화계에 여배우들이 할 작품이 부족한 건 사실이에요. 작품만 좋으면 독립영화든, 단막극이든 하고 싶어요. '김아중'이라는 배우에게 어떤 것도 상업적으로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선뜻 주시지는 않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뭐든지 할 의지가 있어요. 제가 연기에 재미를 붙이고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때인가봐요. 스스로 많이 부딪혀 보고 싶어요. 20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작품을 할때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될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재밌게 할까?'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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