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왕 판사' 파문… 과거 비리 판검사 뭐하나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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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비리로 신뢰 무너뜨리면 자격 영구 박탈해야"

 

일명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5억 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현직 판사가 구속된 가운데 과거 유사한 이유로 처벌받은 일부 판사, 검사들은 여전히 법조계 안에서 왕성하게 활약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6년 조관행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조브로커 출신 김홍수씨로부터 사건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황현주 부장판사는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법관으로서 돈을 받고 다른 법관의 공판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한 다른 법관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실형선고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조 전 부장판사는 현재 서울 강남 소재 유수의 대형 로펌에서 기업법과 금융·증권, 민사, 건설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중이다.

현직 판사 신분으로 피의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기소됐음에도 지난 2010년 8·15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돼 변호사 등록절차를 밝은 것.

검찰도 예외는 아니다.

법무부는 지난 2008년 12월, 모 건설업체 대주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9700여 만원을 사용한 김민재 당시 부산고검 검사를 해임했다. 하지만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수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아 '제식구 감싸기'라는 논란까지 일었다.

김 전 검사 역시 현재 서울 서초동에 자신의 이름으로 개인 사무실을 차리고 사건 수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렌저 검사'라는 오명을 얻은 정인균 전 서울지검 검사도 마찬가지.

검찰에 재직하며 건설업자로부터 청탁 대가로 고급 승용차를 받은 정 전 검사는, 이러한 비위 행위가 드러나기 전인 2010년 8월 변호사로 등록했다. 이후 특임검사에 의한 수사를 통해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3500만원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변호사다.

현행 변호사법이 규정한 변호사 자격 제한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않는 것으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 △선고유예기간 중에 있는 경우 △탄핵이나 징계로 파면된 후 5년 또는 해임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등이다.

그러나 사면·복권이 이뤄지거나 결격 기간이 끝나면 문제의 판·검사들은 곧바로 아무런 제한 없이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독립관청'으로 불리며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판사나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이라 부르며 사회정의 구현을 강조하는 검사 모두, 처벌이나 징계를 받아도 공익을 수호한다는 변호사의 직위를 이어가는 형국.

최근 파문을 일으키며 구속된 최 판사 역시 이러한 전철을 밟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운영위원)는 "전문직 자격은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다"며 "사회적 신뢰가 부정이나 비리로 무너졌다면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법조인들은 자신들이 일반 국민과 다르다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서는 특히 둔감하다"고 말하고, "제대로 된 전문가 집단이라면 자성을 통해 비위 연루 법조인은 축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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