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운동을 위해 학력을 낮춰 취업하는 이른바 ''위장 취업''은 더 이상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4년제 대학 경영대를 졸업한 이 모씨가 현대중공업의 한 하청 업체에 용접공으로 취업한 것은 지난 2002년 8월.
취업을 위해 용접 관련 자격증을 딴 이 씨는, 취업 과정에서는 대졸자임을 숨기고 고졸 학력만을 취업 서류에 기재했다.
이 씨는 취업을 한 뒤 1년여만에 현대 중공업 하청노동조합 간부로 임명되는 등 노조활동에 나섰고, 회사 측은 이 씨의 ''학력 위조''를 문제 삼아 지난 2006년 결국 이 씨를 해고해버렸다.
이에 이 씨는 회사를 노동위원회에 제소해 ''부당해고와 원직 복직'' 판정을 받아지만, 회사 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도 "지금 시대에 위장취업은 더 이상 해고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운동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고, 대졸자들도 취업란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서울 행정법원 12부(정종관 재판장)는 "고학력자를 채용하지 않겠다는 것도 학력에 의한 차별"이라며 "최종 학력을 낮게 사칭하는 ''소극적 학력 위조''는 경비한 징계사유가 될 뿐 해고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IMF 사태 이후 청년실업률이 극히 증가했기 때문에 종래 고졸 학력자들이 주로 취업하던 직장에 대졸자이 취업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며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노동 운동을 위한 위장 취업을 해고 사유로 인정했던 기존 판례들에는 파업 등 단체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었다"며 "근로 3권은 헌법에 보장된 근로자의 권리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학력자에 대해서는 상급자가 부담을 느끼고 직원들간에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회사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편견에 기초하고 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