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파파' '교황앓이'…진정한 지도자상을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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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문화 10대뉴스 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올해 문화계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2014년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CBS노컷뉴스가 문화(공연, 출판, 미디어, 문화일반)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묶어 '올해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편집자 주]

<연재 순서="">
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계속)

이보다 강력했던 4박 5일이 있었을까. 지난 8월 한국의 뉴스와 인터넷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으로 도배됐고, 너나 할 것 없이 지지와 환호를 보냈다.

그 주인공은 전 세계 가톨릭 교인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그는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고, 사람들을 ‘교황앓이’에 빠뜨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황진환 기자)

 

한 종교 지도자에게 이토록 무한한 찬사가 쏟아진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는 볼 수 없던 지도자상을 교황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방한 시작부터 남달랐다. 국빈급 대우를 받는 인물이었지만 소박한 면모를 보였다.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며 방탄차 대신 국산 소형차 '쏘울'을 의전 차량으로 택했다.

기상 악화로 헬기가 뜨지 않아 승객 500여 명과 함께 KTX를 타고 미사 장소인 대전으로 향할 때는 오히려 "이렇게 빠른 기차는 처음 타 봤다"면서 아이처럼 좋아했다.

'특별대우' 받는 것도 싫어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큰 의자를 마다하고 조그만 의자에 앉았고, 교황 전용 마이크 대신 해설자가 쓰는 마이크를 사용했다.

단지 소박한 품성만 화제였던 게 아니다. 그가 방한 기간 만났던 사람들은 한국 사회의 지도자가 아니라 주로 사회 약자들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제공)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위안부 할머니, 밀양과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새터민, 장애인 등 모두 우리 사회가 외면한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입으로만 평화와 화해 그리고 사회 통합을 외치지 않았다. 그의 말과 행동은 일치했다. 스스로 낮아지는 행보로, 진정한 지도자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가르쳐줬다.

강우일 주교(교황 방한위원회 위원장)는 "국민이 교황 같은 지도자상을 기대할 것 같다"며 "교황이 우리나라에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격려할 것은 격려했다. 국가운영자가 교황의 비판에서 깨달음을 얻길 바란다"고 했다.

강 주교의 말대로 '교황 앓이'는 결국 우리 사회에 기댈 지도자가 없다는 방증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지도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교황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약자를 감싸안기보다 가진 자들의 입장만을 대변해 왔다.

지도자가 어떠한 모습을 보일 때 사람들의 환호와 지지를 받는지, 우리 사회·정치 그리고 종교 지도자들까지 교황의 행보를 찬찬히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 지도자들에게 깨달음은 없어 보인다. 교황이 안고자 했던 세월호 유가족과 제주 강정마을 주민 등은 이전과 다름없이 지금도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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