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참사 무연고 시신, 성(姓)씨 가려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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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알면 성(姓)씨 보인다

국과수 홈피 캡쳐

 

◈ DNA를 알면 성(姓)씨가 보인다

지난 2008년 7월 경북 김천시 모암동에 있는 실내포장마차에서 50대 여주인이 흉기에 찔려 숨진채 발견됐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타액을 수거해 유전자 정보를 확보했다.

피해자의 주변 남성들과 지역내 우범자들을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DNA 대조 작업을 벌였지만 용의자는 좀처럼 특정되지 않았다.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 무렵, 수사관들은 유전자 분석을 맡은 국과수로부터 믿기지 않는 귀띔을 들었다.

범인은 위씨 성을 가진 남성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심정으로 경찰은 지역내 위씨 성씨를 가진 남성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착수했고, 거짓말처럼 유전자형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40대 남성을 찾았다.

아무런 범죄 경력이 없었던 이 남성이 바로 살해 사건의 범인이었다.

강력 범죄 수사에서 빠지지 않고 활용되는 유전자 분석 기법이 이제 성(姓)씨까지 가려내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청주 해장국집 강도 살인 사건 역시 범인 성씨 분석 기법이 사건해결의 일등공신이었고, 2007년 대전 다방 여종업원 살해 사건은 DNA로 범인 성씨를 추정해 낸 첫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DNA 분석으로 어떻게 성씨를 파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부계 염색체인 Y염색체를 추적하면 성씨마다 독특한 패턴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국과수 유전자분석센터 조남수 실장은 “Y염색체는 부계로 유전되고,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부계혈통 사회인 만큼 이런 두 사실을 고려하면 DNA와 성씨와의 관계성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성씨 분석 기법, 무연고 시신 신원 파악 돌파구 될까?

유전자 분석은 이미 강력 범죄 뿐만 아니라 대량 재해 희생자들의 개인 식별 분야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2년 김해 중국민항기 추락 사고나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사건 희생자들의 상당수가 DNA 감식으로 신원이 확인됐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유전자 정보를 추출했다 하더라도 대조군이 없으면 무용지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전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로 목숨을 잃은 192명의 희생자 가운데 6명이 여전히 이름없는 시신으로 남아 있는 이유도 이런 탓이다.

확보된 정보는 유전자형과 성별 정도여서 무연고 희생자들의 연고자를 찾는데 10년째 매달리고 있는 경찰로서도 뾰족한 수단이 없는 형편이다.

대구 중부경찰서 엄홍수 강력팀장은 “범주가 너무 광범위해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격보다 훨씬 어렵다"며 “연고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찾아오면 유전자 감식을 의뢰하는 게 사실상 신원파악 수사의 전부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연고 시신의 성씨만이라도 가려낼 수 있다면 뜻밖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도 있다.

장기 가출자나, 노숙자, 실종 아동 등을 대상으로 대상 범위를 좁혀가는게 가능할 수 있다.

더욱이 마침 희귀성이라면 이런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국과수 조남수 실장은 "입양이나 불륜 등에 따라 성씨가 달라질 수 있고, 인권침해 논란의 소지도 있어 성씨 분석 기법 활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비상한 상황에는 때때로 1%의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걸어봐야 할 경우도 있는 만큼 한번쯤 시도해 볼만한 가치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날로 진화하는 DNA 분석 기법이 10년째 이름도 없이 지하에 묻혀 지내는 억울한 죽음들을 무덤 밖으로 끌어낼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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