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환풍구 5만개 무방비 노출…위치 파악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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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업자가 알아서 설치, 사후 안전점검 기준 없어

21일 오후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현장에서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철재 덮개와 이를 지지하는 받침대에 대한 하중 실험 등의 현장 합동 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전국 주요 시설물과 보행자 도로 등에 설치된 대형 환기구가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환기구가 전국에 5만개 이상 설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관리 상태에 대해선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제2, 제3의 판교 환풍구 사고가 우려되는 이유다.



◈ 판교 환풍구, 지붕 설치기준 적용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축법이 적용되는 건축물과 구조물의 벽체, 기둥, 지붕 등은 국토부 고시인 '건축구조기준'에 따라 설계해야 한다.

나머지 구조체와 부구조체는 이 기준에 따라야 한다. 환기구는 부구조체에 속한다.

국토부는 이번에 16명의 목숨을 잃은 판교 환풍구는 사람이 출입하지 않는 돌출형 환풍구로, 일반 지붕에 준하는 1㎡ 당 100kg의 하중에 견딜 수 있도록 설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면적이 15㎡인 판교 환풍구는 최대 1,500kg의 하중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성인 1명의 몸무게 60kg을 가정하면 25명 정도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사고가 난 환풍구에는 사망자 16명과 부상자 11명 등 최소 27명 이상이 동시에 올라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붕괴 임계점을 넘어섰던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판교 환풍구가 최소한의 지붕 설치 기준에 맞게 설치됐는지 여부는 정밀조사를 통해 확인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대형 환기구 시설, 전국 5만여 개…"국토부, 정확한 설치 현황은 모른다"

현행 국토교통부령에는 '지하면적 1,000㎡ 이상 건물은 환기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물, 즉 환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보행자가 이용하는 산책형 환기구는 1㎡당 300kg, 차량 통행형은 500kg의 하중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국토부는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할 경우 전국에 설치된 일정 규모 이상의 환기구만 5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에 아파트 단지와 일반 건축물, 지하시설물이 대략 690만 개가 있는데 이 가운데 환기구가 설치된 곳은 5만여 곳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하철과 같은 공공시설물은 어느 곳에 환기구가 설치돼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지만, 일반 아파트단지와 건축물의 경우는 정확하게 관리되지 않아 현황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경우 지하철 환풍구 2,418개 가운데 73%가 보행자 도로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현행 건축구조기준에 공공시설 환기구의 형태나 두께, 재질 등 안전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데 있다.

국회 황영철 의원(새누리당)은 20일 서울시에 대한 국감에서 "서울시 지하철 환기구 설계기준이 법적 근거도 없이 미국 교통부가 발행한 안내서를 기준으로 한 '시장 방침'을 20년간 운영해 왔다"고 지적했다.

◈ 환기구 관리, 운영 '무방비 노출'…시설 사업자가 알아서

현재 우리나라는 환기구와 관련해 설치기준은 있지만 시설승인과 사후관리 기준은 없다.

이렇다 보니, 설치된 환기구가 기준 하중에 견딜 수 있도록 시공됐는지,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안전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파악이 어렵다.

국토부 관계자는 "환기구는 부구조체이기 때문에 별도의 감리대상도 아니다”며 “전적으로 시공업체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하철 환기구를 제외한 일반 건축물의 환기구는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 보행자가 다니지 않거나 눈에 잘 띠지 않는 후미진 곳에 설치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붕괴된 판교 지하주차장 환풍구의 경우 이런 통상적인 설치 관행을 벗어나, 광장 주변에 설치했다가 결국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국토부의 이런 해명도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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