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그날,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 1주기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2013년 7월 18일 늦은 저녁.

가족들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해병대 캠프 훈련 도중 아들이 친구들과 대열을 이탈해 사라졌다”는 전화.

그럴 아이가 아닌데,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부랴부랴 현장으로 향했다.

차라리 그냥 훈련이 싫어 친구들과 놀러 간 것이길 바랬다.

하지만 아이들은 싸늘한 시신이 돼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7월, 꿈 많던 5명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충남 태안 안면도 해병대 캠프 사고.

참사로도 표현되는 이날 사고는 벌써 발생 1년을 불과 하루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정부가 약속했던 일련의 사안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유족들은 여전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 “안전하니 여기까지 들어와”

당시 캠프에 참여한 공주사대부고 학생 197명 중 80명은 교관의 지시에 따라 구명조끼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다.

훈련을 담당한 교관들은 관련 자격증 하나 없는 무늬만 해병대 전역자들.

마무리 훈련을 마치며 “여기까지는 안전하니 들어와”라는 교관의 명령이 화근이었다.

처음 학생들이 배꼽과 가슴 부위에 바닷물이 닿은 곳에 도달하자 교관은 더 깊은 곳으로 학생들을 이끌었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사고 이후 살아남은 한 학생은 “교관 명령에 정신없이 앞으로 가다 보니 어느 순간 발끝이 땅에 닿지 않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서로 손에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들어 친구들을 구해냈지만, 끝내 5명의 아이들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 “단순 과실치사라고?”

지난해 1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훈련본부장과 훈련교관, 사설 해병대 캠프 대표, 유스호스텔 대표 등 6명에 대해 각 징역 6월과 금고 1~2년을 선고했다.

이들에게는 각 수상레저안전법 위반과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고 솜방망이 처벌에 유족들은 분노했다.

특히 아이들을 바다로 이끈 교관들에 대해선 과실치사 혐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마저도 “양형이 무겁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유족들은 또다시 가슴을 치며 분노했다.

◈ “약속을 지켜라”

유족들은 사고 이후 장례를 앞두고 정부와 보상 문제를 합의했다.

장례 당일인 7월 24일 아침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지만,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말에 합의서에 서명했다.

국가보상금과 특별위로금 지급, 장학재단 설립, 국가 차원의 의사자 지정, 희생 학생들의 명예졸업 추진, 추모비 건립 등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사고 발생 1년이 다 돼가도록 약속들은 관련 규정의 한계와 행정적 절차 등으로 인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장학재단 설립은 여전히 소식이 없고 재발방지 대책으로 합의한 학생 안전의 날 제정과 인솔교사 안전교육 문제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유족들은 지금도 사고에 대한 전면 재수사 촉구와 업체 대표 등에 대한 구속수사 촉구, 사고의 빌미를 제공한 태안군청과 태안해경에 대한 특별감사, 학생 안전의 날 제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다시 돌아온 그 날”

정확히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오는 2014년 7월 18일.

아이들의 모교인 공주사대부고 운동장에서는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1주기 추모행사가 열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에 모두가 울었던 지난해 7월 24일, 아이들의 영결식 그날처럼 1주기 추모행사 당일에도 기상청에는 흐린 날씨에 눈물 같은 비가 예보돼있다.

추모행사는 추모의 편지글 쓰기와 추모 사진전을 비롯해 공주사대부고 학생안전 헌장 선포 등의 시간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어 유족들은 아이들이 안장된 천안공원묘원을 찾아 묘소를 참배하고 넋을 기릴 예정이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