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세청의 꽃' 조사과 인기 추락…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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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중한 업무·책임…'조사과 전담 감찰' 세무조사감찰TF팀은 정식 직제화 추진

서울지방국세청 전경.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세청의 간판부서인 조사과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기업이나 고액자영업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조사과는 10~20년 전만 해도 '국세청의 꽃'으로 꼽히며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부서 1위를 달렸지만 이제는 피하고 싶은 부서로 손꼽히는 등 인기도가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다.

한 국세청 고위관계자는 "업무를 배울 수 있고 상대적으로 책임이 덜한 팀원(8급)은 지원자가 넘치지만 팀장(6급)은 일하겠다는 직원이 없다"며 "일부 세무서의 경우 올해 초 인사 때 인선을 강행했다가 해당 직원이 끝까지 가지 않겠다고 버텨 인사 대상자를 교체했을 만큼 인사가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 "세무조사 환경 열악해지는데 결과는 다 조사팀 책임이라니…조사 업무 안 해"

이처럼 지방청 조사국은 물론 일선세무서 조사과가 국세청 직원들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는 업무와 책임은 막중한데 반해 이에 상응하는 보상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과 고액자영업자 등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세무조사 대상 업체를 가리거나, 첩보 등을 바탕으로 조사를 벌여 위법 여부를 포착하는 조사 업무는 복잡할 뿐만 아니라 대상자들과 마찰도 잦아 업무 강도가 강하다.

여기에 납세자들이 세무법인이나 대형로펌의 도움을 받으면서 세무조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조사도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내수침체로 인한 세수부족 등으로 근래 세무조사 업무량이 종전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나 야근은 물론 주말과 공휴일도 반납하고 일하는 등 격무에 시달리는 상황도 조사부서 인기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

업무에 대한 책임도 크게 강화되는 추세다.

국세청은 직원들의 과세 내역과 불복 인용률 등을 누적 평가해 그 결과를 인사 등에 반영하는 '인별 과세품질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불복 인용이 높거나 소송 패소가 많은 직원은 인사 상 불이익을 부여하고, 귀책사유가 큰 과잉과세 등에 대해서는 개별 감사를 통해 징계조치까지 한다는 것이 국세청의 방침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직원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탓에 국세청의 조사가 위축되고, 그에 따른 세수부족이 우려 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국세청은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부실과세에 대해 해당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기 때문에 부실조사 우려는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적정과세가 이상적이지만, 납세자 입장에서는 '과잉과세'만 있을 뿐 적정과세는 없다"며 "국세청 외부에서 과잉과세라고 판단되면 인사 불이익을, 감사원이 부실과세라고 판단되면 불이익을 준다는데 결국 조사해서 과세하면 불이익을 준다는 말과 같으니 어느 직원이 조사 업무를 하려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국세청의 다른 관계자도 "직원들의 조사내용을 간부들이 평가한 뒤 과잉과세의 경우 바로잡는 문화가 필요한데 간부들이 감사원 감사 등을 우려해 바로잡는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부실과세는 조사팀이, 과잉과세는 간부로 책임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전담 암행팀에 "조사과 안 해"…증여·상속문제 전문성 쌓는 재산과로 인기 이동

조사부서 기피현상은 지난해 5월부터 국세청에서 가동 중인 '세무조사전담감찰TF팀'의 암행조사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3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의 수뢰 문제가 경찰 조사과정에서 불거지자 국세청은 지난해 5월 조사부서 직원을 전담 감찰하는 세무조사감찰TF팀을 본청에 꾸렸다.

조사감찰TF팀 직원 30명은 5천여 명의 조사부서 직원을 감찰해 직원 1명당 약 160명의 조사 직원을 감찰하고 있다.

국세청 본청과 지방청 감찰직원 60여명이 비(非)조사부서 직원 1만5천여 명을 감찰해 감찰직원 1명당 약 250명의 직원을 감찰하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부서 직원들이 보다 강도 높은 감찰을 받는 셈이다.

국세청은 지난 1년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안전행정부에 직원을 충원해 TF팀을 정식 직제화 해줄 것으로 요청한 상태다.

이렇듯 과중한 업무와 책임, 전담 감찰팀 운영 등에 따른 조사 직원들에 대한 전 방위적인 압박은 커지지만 업무에 대한 보상은 별다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관피아 논란으로 인해 퇴직 뒤 로펌이나 세무법인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조사과 직원들이 로펌 등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과거 조사과가 누리던 인기는 재산세과와 법인세과, 소득세과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납세자들과 직접적인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적고, 퇴직 뒤에도 일자리를 찾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민간영역에서 세정서비스수요가 가장 많은 분야는 증여와 상속, 양도 문세 등 재산세 관련 영역으로 꼽힌다.

이같은 조사과의 인기 추락을 두고 국세청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세청의 한 고위 간부는 "무리한 세무조사를 없애고 납세서비스 측면에서 접근하자는 취지에는 동감한다"면서도 "감찰 강화 등의 방침이 직원들의 사기를 살릴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의 다른 관계자도 "지금 직원들은 세무공무원 역시 일반 직업과 다르지 않게 인식하기 때문에 사명감 등 보다는 휴일이 보장되고 개인사생활이 보장되는 직무를 선호한다"며 "조사과는 업무강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개인 사생활을 희생해야 하는 면이 큰데 감찰 강화 등으로 책임도 과중한 편이다. 성과에 대한 보상 없이 패널티만 강화될 경우 직무에 대한 기피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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