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하자' 아우성 친 국회의원.. 기득권만 지킨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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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잡음은 여전…경선에 쓰인 여론ㆍ공론조사도 문제

 

“저희는 정치의 근본인 ‘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6.4 지방선거를 정확히 100일 앞두고 있던 지난 2월 24일, 당시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주요 후보들이 모두 공약한 대로 기초 단위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과의 통합 이후 당 안팎의 요구 혹은 반발에 부딪히면서 기초 ‘무(無)공천’의 결단은 꺾였지만 그가 던진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당시 안 위원장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이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사조직이 되다시피 했고, 공천권이 국회의원의 대표적 기득권이 돼 수많은 물의를 빚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드리겠다’며 상향식 공천을 내세운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공약 이행 대신 상향식 공천이라는 동문서답을 내놓았다”고 평가하며 “국민 여러분은 가장 중요한 대선공약조차 지키지 않았는데 중앙당이나 지역구 의원의 영향력 없이 진정한 상향공천을 이룬다는 약속은 지킬 것이라고 보냐”고 말했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의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이나 내홍의 상당수는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 그리고 중앙당의 영향력 때문이다. CBS노컷뉴스가 12일 보도('개혁' 실종에 '갈등' 키운 지방선거 공천…안철수 퇴진요구도)한 대로 새누리당의 경우 주요 기반인 대구ㆍ경북은 물론, 서울에서도 경선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몇몇 국회의원의 이름이 공공연히 거론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구청장 공천의 경우 옛 새정치연합 출신이 경쟁력 없는 후보를 공천해 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기성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정치 신인의 입문이 가로막힌 것이기도 하다. 옛 새정치연합 출신의 한 관계자는 “정치 신인에게 새로운 문호를 개방해서 당을 건강하게 만들려는 의지가 일방적인 줄세우기 공천 앞에 무력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경선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여론조사는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며 오히려 ‘잡음’을 키웠다. 여당은 상향식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야당은 조직력의 우열이 분명한 두 세력이 통합했다는 이유로 여론조사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전화를 착신전환하는 불법에다 부실 여론조사로 인한 이의제기, 오차범위 안에서 당락이 갈린 데 대한 불만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공당의 후보를 여론조사를 결정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며 “일종의 경향을 알아보는 도구에 불과한 여론조사가 후보 선출의 유일한 방법으로 활용되는 건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야당이 ‘새 정치’를 명분 삼아 의욕적으로 도입한 공론조사 역시 ‘자신의 세력을 누가 더 많이 동원하는가의 경쟁’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국민의 정치 참여가 중시되고 표의 확장성을 의식하다 보니까 공론조사나 국민참여선거인단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현실에서는 후보들의 지지세력을 얼마나 잘 결집하느냐의 문제로 그치고 만다”며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처럼 제대로 된 의미의 참여경선은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경기 과천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벌인 진보정당 간의 단일화 과정은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란히 재선 시의원에 시의장을 지낸 녹색당의 서형원 후보와 정의당의 황순식 후보는 시장 선거에 도전하면서 별다른 잡음 없이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다. 특히 시민 3400명이 배심원단으로 참여하고, 이 가운데 무작위로 뽑힌 1500명이 실제 조사에 응했다. 과천의 인구는 7만명, 또 유권자는 5만2000여 명에 불과하다.

단일 후보로 선출된 녹색당의 서형원 후보는 “지역에서도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며 “본선에서도 기성 정당과 차별화될 수 있도록 평소 풀뿌리 정치를 함께 한 200명의 당원들과 열심히 선거운동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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