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을 위한 법안들…국회에서 1년째 잠자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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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골목상권지킴이법, 남양유업방지법에 소극적

영업사원의 욕설 파문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남양유업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임직원들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지난해 5월 남양유업 대리점주의 자살은 불공정 거래 관행에 경종을 울리면서 정치권에 '갑을(甲乙) 관계' 논란을 촉발시켰다.

당시 민주당은 '을(乙)'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었고, 같은 달 소위 '남양유업방지법'으로 불리는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남양유업방지법을 비롯한 '을 살리기' 법안을 2월 임시국회 중점 추진법안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경제민주화 법안까지 포함하면 모두 15개나 된다.

남양유업방지법, 골목상권지킴이법, 금융소비자보호강화법, 청원경찰 처우 개선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대리운전기사보호법,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법 등 하나같이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이다.

하지만 민생법안 통과를 오매불망 기다려온 중산층과 서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해당 법안들은 대부분 상임위원회에서 장기간 휴면 상태다.

남양유업방지법도 발의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다. 지난해 6월 정무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이후 7차례 법안소위를 거쳤으나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당 이종걸·이상직·이언주 의원이 각각 발의한 남양유업방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대리점 본사의 계약해지를 금지하고, 위법행위에 대해 매출액의 3%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며, 대리점 본사의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게 한 제도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수많은 대리점 유형을 법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며 법안 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재찬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법안소위에서 "실태조사 결과 (대리점의) 양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을 고시를 제정해서 시행을 먼저 해보고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법을 제정해야 될지 판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약칭 '골목상권지킴이법'인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도 지난해 4월 민주당 오영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된 상태다. 지난해 6월 3차례, 같은 해 12월 한 차례 법안소위에 상정돼 논의된 것이 전부다.

골목상권지킴이법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청 산하에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적합업종을 지정·고시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대기업이 식자재납품업, 음식점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뻗쳐나가면서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현재 민간 자율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적합업종을 지정·운영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에 머물러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새누리당과 정부는 법안 제정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해 6월 법안소위에 참석해 "동반성장지수 등이 전년도에 처음 시행돼서 아직 1년이 안 됐다. 올해 한 번 지켜보고 문제가 있으면 내년에 보다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개선하면 어떻겠느냐"고 답변했다.

쟁점 법안들과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 논의가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골목상권지킴이법은 대부분의 법안소위에서 여당의 핵심 추진법안인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다른 현안들에 밀려 충분한 숙의 과정을 가질 수 없었다.

지난해 6월 법안소위 당시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이 "외국인투자법이 지금 경제활성화를 위해 상당히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지금 시간은 자꾸 가는데 이러다보면 오늘 논의하다가 끝날 것 같으니 급한 것 좀 먼저 하기를 제안드린다"고 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도 발의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잠들어 있는 민생법안들은 부지기수다. 학교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교육직 공무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12년 10월에 발의됐지만 상임위 단계에 머물러 있고, 화물운수노동자 보호를 위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도 여전히 심사 중이다.

민주당 우원식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후퇴하면서 힘이 약한 '을'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기업들이 새누리당을 통해 굉장히 압박을 넣고 있다"면서 "다수인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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