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자원기술 노동조합은 2012년 1월 '무분규 선언'을 했다.(수자원기술 제공)
얼마 전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촉발시켰다. 한 기업의 노사문화가 기업의 이미지는 물론 제품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 노사관계는 더 이상 대립과 투쟁의 관계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오히려 훌륭한 기업의 노사문화는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 노사문화는 어떻게 기업경쟁력과 연결되는가. 노사문화 ‘히든 챔피언’들의 사례를 통해 그 노하우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정년 보장된다고 왔는데...회사 청산 위기 '우리가 세우자'
2001년, 공기업이었던 수자원기술공단이 민영화 된다는 소식에 당시 입사 2년차였던 이태영(40) 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년까지 보장된다는 공기업의 장점 때문에 97년 외환위기 이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 하지만 민영화 바람에 입사한지 2년 만에 회사가 청산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 씨를 비롯한 직원들은 회사를 이대로는 없앨 수 없다는 생각에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들을 모아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그때 한 주당 5000원이었는데 임원들이 20% 정도를 샀고 나머지 80%를 직원들이 150만원씩 내고 샀어요. 다들 가장이니까...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를 우리가 설립해 한번 키워보자’ 한거죠”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 된 것이다. 회사는 주식회사 수자원기술로 다시 태어났고, 직원 지주제라는 특이한 구조는 노사가 공동운명체라고 여기는 독특한 노사문화를 낳았다. 비밀경영도 없다. 원가절감이나 새로운 사업 입찰, 인사문제도 모두 공개적으로 진행한다.
이 씨는 “회사의 이익이 남으면 배당금으로 받을 수 있다”며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같기 때문에 노사가 따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원은 아니지만 회사의 간부면서 주주인 기획관리실 이정 실장도 “회사가 살아야 고용이 보장되니까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회사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회사는 설립 이후 5년 동안 임금인상을 하지 않았다. 간부들은 오히려 자신의 급여를 삭감해가며 회사를 키우는데 힘을 합쳤다.
◈144명 정리해고 위기... “내 몫 줄이고 같이 가자”
노사가 공생하는 문화는 위기 때 빛을 발했다. 2010년 이후 경쟁이 심화되면서 사업 환경이 악화됐다. 34개 지역 사무소에서 26개 사무소로 줄었고 2010년 90.8%이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69.4%까지 떨어졌다.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전체 인력이 20%가 넘는 144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했다. 자연스레 인력 감축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울 때 자신의 퇴직금까지 낸 직원들을 그대로 내보낼 수 없다는 데 노사가 공감을 했고 임금동결과 명절 격려금 폐지 등을 추진했다. 2급 이상 간부와 임원들은 10%~20% 임금을 반납하며 고통을 분담했다.
그렇게 허리띠를 졸라맨 덕분에 144명의 인력을 내보내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정 실장은 “전체 인원의 1/4에 해당하는데 노사 협력해서 안고가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며 “지금도 그런 위기는 항상 있고, 결국은 노사 상생 원칙을 가지고 가게 된다”고 말했다.
한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직원이 주인이기 때문에 한계도 존재한다. 회사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투자자금이 필요한데 직원들의 십시일반으로 구성된 회사다 보니 자본금 확보의 어려움을 겪는다.
수자원기술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 사업에 무리하게 진출하거나 사업을 크게 확장하기보다는 특허 기술을 발굴하는 등 강소기업으로서의 핵심기술역량과 기업체질을 더욱 발전시키는 전략을 채택했다. 그 결과 현재 71건의 산업재산권을 보유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