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재발 막으려면 '이것'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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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금산분리 강화 논의 급부상…"대주주 적격성 심사 가장 시급"

동양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동양그룹과 금융당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 가운데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금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동양 사태처럼 금융기관이 재벌 총수의 개인금고 역할을 하도록 놔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 부적격인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가 있다. 이것을 정상적인 방법(기관판매)으로는 팔 길이 없으니까 금융계열사인 동양증권을 동원해 사정을 잘 모르는 개인 고객들에게 팔았다.

이렇게 동양증권이 개인에게서 조달한 금액이 무려 1조3천억원이 넘고, 피해 고객은 4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평소 거래하던 동양증권 직원이 '절대 망하지 않는다'며 8%나 되는 고수익을 보장해준다는 말에 믿고 샀다가 지금은 채권이 휴짓조각이 됐다.

회사채를 팔았던 동양증권 직원이 책임감을 못이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피해고객들의 원성과 항의가 지금도 빗발치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는 위기에 몰린 산업자본이 금융계열사를 갖고 있을 때 어떤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때문에 이번 동양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묻혀있던 금산분리 논의가 다시금 급부상하고 있다.

◈ 떠오르는 금산분리 강화 논의

금산분리는 기본적으로 산업자본이 은행같은 금융사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갖게되면, 금융사가 보유한 고객의 현금을 바탕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계열사를 문어발로 늘릴 수 있다. 또, 이번 동양 사태처럼, 계열사의 위험을 막기위해 고객 돈을 마구 끌어다 쓸 수 있다는 문제점 때문에 금융과 산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에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은행법을 바꾼 것이 금산분리법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2007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9%로 완화됐다가, 지난 7월에 다시 4%로 환원됐다.

하지만 은행만 지분이 제한되고 제2금융권은 사실상 소유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엄격히 말하면 '은산분리'만 이뤄진 상태다.

대신에 동양그룹이 동양증권이나 동양생명을 소유한 것처럼, 상당수 대기업들은 증권사나 보험사 같은 제2금융권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62개 재벌그룹의 절반이 넘는 32개 그룹이 164개의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동양 사태가 다른 재벌 그룹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정치권에서도 금산분리 '백가쟁명'

그래서 현재 정치권에서도 금산분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통인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즉 금산분리 장치를 이번 기회에 만들어야 한다”고 논의를 촉발시켰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대기업 계열 금융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등을 이번 국회의 통과 목표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아예 제2금융권의 사금고화를 원천 차단하자는 취지의 법안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은행 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의 주식 자체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여당 내 금산분리 논의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금산분리 강화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확대까지 논할 건 아니다”고 일축했다.

◈ 재계 반발로 번번이 가로막힌 금산분리

사실 동양그룹 사태와 같은 금융사를 통한 도덕적 해이는 비단 새로운 일만은 아니다.

대우증권이 부실한 대우그룹 채권을 인수했다가 대우채 사태로 결국 추락했고, 대한생명도 고객 돈을 신동아 그룹에 퍼주다가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결국 한화로 넘어갔다. 최근에는 효성그룹 재벌일가가 금융계열사인 효성캐피탈에 차명계좌를 만들어놓고, 대출을 일삼았다는 혐의가 포착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을 통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금융당국의 감독강화만으로는 이런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금산분리를 강화해야 하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금융사가 외국자본에 넘어갈 수 있고, 경제활성화에 저해된다는 재계의 논리에 밀려서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재벌 그룹의 절반이상이 백여개가 넘는 금융사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엄격한 금산분리를 적용해서 금융회사 지분을 전량 매각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 다른 것 다 제쳐놓고…'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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