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갯메꽃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갯메꽃''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갯메꽃갯메꽃
제주에는 며칠 계속해서 안개가 끼고 비가 내립니다. 어제는 한 달 전부터 계획했던 한라산 등반도 날씨 때문에 취소하였습니다. 지금쯤 금강애기나리, 큰앵초가 꽃을 피우고 함박꽃나무, 들쭉나무에도 예쁜 꽃이 달렸을 텐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기회를 한번 놓치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되고 그 사이에 꽃은 모두 떨어지기 때문에 한라산을 오르는 일은 다시 내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아쉬움을 대신해서 흐린 날씨지만 바닷가로 나가봤습니다. 땅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고 아직까지도 갯까치수영이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바위 위에는 늘 그렇듯 나팔꽃을 닮은 갯메꽃이 바다를 향해 꽃잎을 열고 있습니다.


나팔꽃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갯메꽃을 포함해서 메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메꽃을 나팔꽃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해야 맞는 이야기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의 모양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나팔꽃이 대중가요 가사에 등장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유가 클 것입니다. 이것은 메꽃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에서 도입된 관상용 꽃들을 학교나 공원 화단, 도로 주변에 많이 심다 보니까 자주 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우리 땅에서 자라는 토종 보다 외래종을 더 많이 알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나팔꽃은 인도가 고향인 한해살이 귀화식물이고 메꽃은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토종식물입니다.


메꽃 종류에는 갯메꽃 말고도 식물체에 털이 없고 잎이 긴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면서 아랫부분은 귀 모양을 하고 있는 메꽃, 메꽃과 달리 줄기 등 식물체 전체에 털이 많은 선메꽃, 잎은 긴 삼각형으로 아랫부분이 양쪽으로 크게 갈라져 있는 큰메꽃, 꽃자루가 길고 꽃자루에 날개가 있는 애기메꽃이 있습니다. 갯메꽃은 ''갯''이라는 접두어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닷가에서 자라고 잎은 다른 메꽃 종류와는 달리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메꽃과 비슷한 나팔꽃은 잎이 넓은 달걀 모양으로 생긴 것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나팔꽃이 한낮에야 꽃잎을 열고 저녁이면 닫아 버리는 것과 달리 메꽃 종류는 흐린 날이나 해가 떨어진 저녁 늦은 시간까지 꽃잎을 열고 있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갯메꽃은 덩굴성 식물로 햇볕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바닷가 모래밭이나 바위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꽃입니다. 줄기는 뿌리줄기에서 줄기가 갈라져 땅위로 길게 뻗어 가거나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갑니다. 잎은 긴 잎자루를 가지고 둥그런 하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잎 표면은 수분의 과도한 증발을 막아주는 큐티클층이 발달하여 반질반질 거립니다. 꽃은 연한 분홍색으로 깔때기 모양을 하고 있는데 5월이 되면 잎겨드랑이에서 잎보다 길게 올라와 늦은 것은 7월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8월이 되면 둥그런 열매가 달리고 그 안에는 단단하고 검은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갯메꽃1갯메꽃1
바다와 가까운 곳에 살았던 사람들이면 대부분 갯메꽃과 그 씨앗을 가지고 소꿉장난을 하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친숙한 꽃이었습니다. 메꽃의 뿌리는 아이들의 좋은 간식거리가 되기도 했고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보릿고개를 넘기는데 아주 요긴한 식물이었다고 합니다. 갯메꽃도 땅 속 줄기를 식용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메꽃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듯합니다. 그리고 뿌리를 효선초근(孝扇草根)이라 하여 약재로 이용했습니다. 꽃이 필 때 채취하였다가 햇볕에 말린 후 달여 먹으면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데도 그만이라고 합니다. 한방에서도 류머티스 관절염, 기관지염의 치료에 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요즘은 바닷가에서나 볼 수 있는 갯메꽃을 공원에서도 간간이 만날 수 있습니다. 서서히 우리의 자생식물을 관상용으로 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갯메꽃을 키워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8~9월경에 씨앗을 받아서 종이에 싼 채로 냉장 보관하였다가 이듬해 봄에 뿌리면 됩니다. 씨앗을 2~3일 정도 물에 담가 놓았다가 뿌리면 발아율이 높다고 합니다. 흙은 물이 잘 빠지는 모래가 좋고 될 수 있으면 화단을 이용하는 것보다 화분에 심어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물은 뿌리가 내릴 때까지 매일 주어야 합니다.

초여름 바닷가로 나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꽃이 갯메꽃입니다. 바위틈이나 모래밭 먼발치에서 늘 바다를 향해 연분홍 꽃잎을 열고 있는 모습이 홍조를 띤 수줍은 새색시의 얼굴을 닮았습니다. 이 모습 때문에 갯메꽃이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얻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연약한 느낌과는 달리 갯메꽃의 터전은 바닷바람과 짭조름한 바닷물이 밀려오는 척박한 곳입니다. 하지만 갯메꽃은 어려운 환경을 조금도 탓하지 않고 해가 뜨기 전부터 부지런하게 꽃을 피워냅니다. 이런 과정을 알기에 하얀 모래밭과 검은 바위, 그리고 푸른 바다와 어울리며 수줍게 피어있는 갯메꽃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클릭! 똑똑한 소비생활

많이 본 정보

많이 본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