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제
"참 많이 뒤틀려 있는 인간이었다고 생각한다."
1988년 교도소 탈주범 지강헌이 인질극을 벌이다 최후를 맞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홀리데이''(현진씨네마, 양윤호 감독)에서 주인공 지강혁을 맡은 이성재는 실화속 인물 지강헌을 창조적으로 해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성재는 "이 영화가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사실을 배제할 수 없어 캐릭터 잡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지강헌은 교도소 이감중 동료 재소자들과 탈주해 8박9일간 서울시내를 돌며 인질극을 벌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을 남기고 끝내 숨진 인물.
당시 지강헌 탈주 사건은 방송으로 실황 중계되면서 국민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면서도 그가 남긴 한마디에 씁씁한 뒷맛을 남겼다. 죄를 지어도 돈이 있으면 무죄, 돈이 없으면 유죄인 불합리한 세상을 향해 절규하듯 내던진 이 한마디는 당시 서민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지강헌은 560만원 절도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형을 선고받아 무려 17년의 형을 살아야 했던 인물이다.
22일 전라북도 군산시 경장동 주택가에서 공개된 촬영현장에서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서울 북가좌동 인질극 장면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음울한 빛깔의 복고풍 선글라스를 낀 지강혁 역할의 이성재는 최민수의 여유로움과는 달리 시종일관 진지한 눈빛과 낯빛속에 대사와 장면에 대한 분석으로 골몰했다.
이성재는 이어진 제작보고회에서 "지강헌이라는 인물을 지강혁으로 영화속에서 바꿨다"며 "그에 대한 배경지식은 당시 신문기사와 사진 두어장 정도일 뿐 아는 것이 별로 없다"고 운을 뗐다. 이성재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17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 것 같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덜하고 더하고의 차이다"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은 없다고 본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또 "이번 영화에도 88올림픽 때문에 철거촌을 부수고 강제로 내쫓는 장면이 나온다"며 "얼마 전 뉴스를 통해 부산에서 열린 APEC 때문에 낡은 동네를 높은 벽으로 가리고,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포장마차 영업을 못하게 하는 것을 봤다. 그걸 보면서 예전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해질 수 있는 나라가 오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재
이성재는 ''''신석기 블루스'' ''바람의 전설'' ''빙우''등 세편의 연속 흥행부진이후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영화가 안됐다고 해서 목숙걸어야지 하는 그런 것은 없다. 새영화에 대한 설레임으로 임하지 조급함은 더이상 안생긴다. 세번째 작품까지 안 돼니까 그제서야 마음이 열려지는 것을 느껴 이제는 편안하게 찍는다" 고 말했다.
한편 이성재는 자리에 함께한 극중 대립인물인 교도소 부소장 안석 역의 최민수가 이번 영화로 광고는 더이상 안들어 올 것 같다고 하자 "저는 공공의 적 이후로 CF 끊겼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보호감호라는 불합리한 제도아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영화를 바친다는 영화의 모토처럼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을 냉소적으로 다룰 휴먼 액션 느와르 ''홀리데이''는 내년 설에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