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수사 베테랑' 대통령 발언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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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수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만, 좀 저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종섭 前 국방부 장관(前 주호주대사) 출국금지 논란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답한 내용이다.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상태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나왔다.

수사기관이 소환하지 않을 사람을 출국금지 하는 경우는 잘 없고, 출국금지를 하면 반드시 불러 조사해야 하는데 소환도 하지 않으면서 출국금지를 연장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공개 저격한 셈이다.

공수처는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른바 '채 상병 사건'이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특별검사(특검)법이 최근 국회에서 처리됐다. 다만 윤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표명해 특검이 출범할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관건은 공수처 수사다. 윤 대통령의 특검 수용 여부와 무관하게 공수처는 가시적인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하는데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휘부가 석 달 넘게 공백 상태였고, 수사 인력 부족에 더해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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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도 비슷한 처지다. 검찰은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명품백 의혹을 놓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담수사팀까지 꾸렸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건 처리를 위해 김 여사 소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고위 검찰 출신의 한 법조인은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 없이 사건 처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김 여사를 조사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고 하면 누가 받아들이겠느냐"고 강조했다.

법조계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관심을 집중한 이유도 여기 있다. 김 여사가 결자해지(結者解之·일을 저지른 사람이 해결해야 함)할 것인지 힌트가 나올 것이란 관측에서다. 검찰이 김 여사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의 협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낼 것이란 전망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을 소개하면서 "사법리스크는 제가 설명하고 풀겠다"는 뜻을 밝혀 원론적인 수사 협조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어떤 입장을 내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대신 윤 대통령은 "(검찰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수사기관이 봐주기나 부실수사 의혹이 있을 때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정부에서 2년이 넘도록 윤 대통령 본인과 가족을 타깃으로 치열하게 수사했음에도 별다른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검 출범은 당시 수사가 봐주기거나 부실했다는 '모순'이라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 재직 시절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명성을 얻었다. 오랜 기간 검찰에 재직해 검찰과 같은 사정기관 생리도 너무나 잘 안다. 대통령실과 직·간접적으로 얽힌 여러 의혹을 풀어야 하는 수사기관에 최소한의 '협조'라는 입장 대신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라는 '수사 베테랑' 대통령의 발언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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