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들과 현장행보 재개한 김승연…한화,'새판' 본격적으로 짠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2024-04-28 11:44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사업균형 맞춰 명확한 승계구도' 평가…지분구조 해결은 숙제

한화금융계열사 임직원들이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화생명 본사를 방문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환송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한화금융계열사 임직원들이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화생명 본사를 방문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환송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세 아들과 함께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연이어 방문하며 5년여만에 현장 행보를 재개했다.

김 회장이 그룹의 사업 재편에 맞춰 현장 행보를 재개한 것을 둘러싸고 세 아들이 물려받을 사업의 균형을 맞춰 승계 구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한화의 지분 정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추가적 사업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5년여만에 현장행보 재개…세 아들 사업분야 명확히

28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25일 한화생명 본사인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방문해 한화 금융계열사의 임직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그룹의 금융 부문을 이끄는 차남 김동원 사장이 함께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9일과 이달 5일 각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캠퍼스와 한화로보틱스 본사를 찾아 5년여만에 현장 경영활동을 재개한 바 있다. 그는 2018년 10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 준공식 이후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았다.

한화생명과 마찬가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R&D캠퍼스에는 장남이자 방산·우주항공·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로보틱스에는 유통·로봇 사업을 지휘하는 3남 김동선 부사장이 동행했다. 한 달 새 세 아들이 맡은 회사를 연이어 방문하며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재계는 김 회장의 현장 행보가 그룹의 대대적인 사업 재편과 맞물려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3일 한화오션에 ㈜한화의 해상 풍력·플랜트 사업을, 한화솔루션에 ㈜한화의 태양광 장비 사업을 각각 넘기는 내용의 '스몰 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차전지 장비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한화모멘텀'을 ㈜한화의 100% 자회사로 신설하기로 했다. ㈜한화의 지주사 기능을 강화하고, 에너지·장비 분야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 5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회사인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떼어내는 인적 분할을 단행했다. 또 신설 지주회사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칭)를 만들어 분리한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100% 자회사로 두게 했다.

이러한 사업 재편에 대해선 세 아들이 이끌 분야가 확실해지면서 승계 구도를 더욱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세 아들 간 사업 균형이 맞춰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먼저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 3대 축을 중심으로 그룹의 핵심 사업인 방산·우주항공·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그립을 강화하게 됐다. 그룹 후계자로서 입지도 더 탄탄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사업 규모가 상대적 작았던 김동선 부사장의 역할도 커졌다. 새로 신설되는 한화모멘텀과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김동선 부사장이 가져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경우 김 부사장은 사업영역을 기존 유통에서 로봇을 포함한 기계·장비업으로 확장하게 된다.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에 투자하며 은행업 진출을 공식화하는 등 김동원 사장도 영역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결국 사업 재편과 맞물린 김 회장의 현장 행보가 그룹 3세 경영의 구체적인 틀을 만들어줬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아들들. 한화그룹 제공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아들들. 한화그룹 제공

과거 경험 기반 '새판' 짠 한화…한화에너지에 주목

김 회장이 이렇게 세 아들 사업의 '교통정리'에 나선 데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이 중 세 형제의 경영권 분쟁 소지를 미연에 방지해 안정적 승계를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회장은 그룹 창업자이자 부친인 고(故) 김종희 회장이 지난 1981년 50대 중반에 별세하자 29세에 그룹 총수에 올라 한화그룹을 재계 7위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김 창업회장이 형제간 지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아 김 회장은 동생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수년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김호연 회장은 1992년 김승연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을 냈고, 그 결과 그룹 분할 과정에서 수년간 법적 공장이 벌어졌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경영권 분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김 회장의 의지가 이번 현장 행보에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화그룹의 안정적 승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인 ㈜한화 지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추가적인 사업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김 회장은 현재 ㈜한화 지분 22.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세 아들의 지분은 김동관 부회장 4.91%, 김동원 사장·김동선 부사장 각각 2.14%에 불과하다. 김 회장의 부인 고 서영민 여사가 보유했던 ㈜한화 지분 1.42%가 지난해 세 아들에게 0.47%씩 동일하게 상속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승계를 논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이에 재계는 ㈜한화 지분 9.7%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안정적 승계를 완성할 가장 큰 '퍼즐'로 보고 있다. 회사는 김동관 부회장 50%,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25%로, 세 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신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3세 경영의 틀을 만들기 위해 직접 현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0

0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